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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수필 향기

참외 단상

참외 단상

 

서울에 모처럼 파란 하늘에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방학 첫날이라서 그동안 밀린 원고정리를 하고, 해거름에 재래시장을 찾았다. 시장입구에는 참외를 가득 실은 트럭에서 “자! 참외가 한 보따리에 5천 원이요. 지금 사지 않으면 후회합니다.”라며 참외를 파는 아저씨는 계속 외쳤다.

 

난 솔깃하여 그동안 참외를 꽤 비싸게 사 먹었는데, 혹시 맛이 없거나 상한 참외가 아닐까 반신반의하며 트럭으로 다가갔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노란 게 정말 먹음직스럽게 입안에 어느새 침이 가득 고였다. 참외 한 개를 잡아 냄새를 맡았다. 단내가 훅! 하고 코를 쏘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한 봉지를 샀다.

 

다른 볼일을 보는 동안 참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급하게 일을 보고 집으로 왔다. 참외 한 개를 씻어서 껍질째 한입 베어 물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당도가 얼마나 높은지 주방에 서서 세 개를 연달아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유년에는 우리 집에서 수박, 참외, 오이, 토마토 등을 직접 심고 가꾸어 먹었다. 여름 방학이면 저녁에 모닥불을 피워서 모기를 쫓으며 평상에서 할머니를 위주로 우리 일곱 남매는 엄마가 갓 쪄낸 옥수수와 감자를 먹으며 도란도란 여름밤을 보냈다.

 

난 어릴 때부터 참외를 정말 좋아했다. 엄마가 심어 놓은 참외가 익을 때를 기다리다 참을 수 없어서 설익은 참외를 몰래 따먹고 엄마에게 들켜서 골목달리기도 곧잘 했었다. 방학이면 할머니를 따라서 진외가에 자주 갔었다.

 

진외가는 농사를 많이 지어서 어른 머슴이 두 명에다 소먹이는 작은 머슴이 있었다. 나는 점심을 먹고 나면 소먹이를 가는 작은 머슴을 따라 들로 나갔다. 그를 따라 가면 여기저기 주인 없는 개똥참외를 마음껏 따먹을 수 있었다.

 

개똥참외를 잘 먹는 나는 늘 그곳에 소를 먹이러 온 진외가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었다. 그 아이들은 개똥참외는 씨앗을 심어서 난 참외가 아니고, 저절로 나고 자란 참외로 누군가의 대변에서 나온 씨앗으로 생겨다 하여 더럽다고 먹지 않았다.

 

나는 늘 놀림을 당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잘도 먹었다. “똥에서 나온 씨앗이지만 이미 땅속에서 발화되어 싹을 틔우고 그게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노란 참외가 되었는데 왜 더럽겠냐, 먹어도 괜찮다.”는 우리 할머니의 말씀을 믿었다.

 

참외는 여름철 대표적인 과일로 손꼽힌다. 수박과 함께 무더위를 식혀주는 여름 음식으로 주목받아온 참외는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참외의 효능은 다양하지만, 꼭지에 함유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한 의학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쓴맛을 내는 쿠쿠르비타신 A, B, C, D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간 기능 보호하고 염증 억제와 심혈관질환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한, 맛이 쓰더라도 참외 꼭지를 꾸준히 먹으면 세포의 노화를 늦춰줘 동안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여 꼭지를 먹었더니 조금 썼다. 그렇지만 노화를 늦춰준다는데 조금 쓴 게 대수겠는가. 민간요법에서도 참외 꼭지가 황달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참외 꼭지를 말려서 살짝 볶은 뒤 가루를 내어서 대롱을 이용하여 콧속에 불어넣으며 한참 후 노란 물이 흐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참외는 갈증 해소에 좋으며 몸의 열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또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효능이 있어 해독작용과 함께 간을 튼튼하게 하며, 당질, 단백질, 지질이 풍부하고 칼슘, 무기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것도 참외의 장점이다.

 

또 피로 회복에도 좋으며 산성으로 변한 몸을 중화해 주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참외는 성질이 차므로 장이 약한 사람은 설사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참외는 식초로 만들어 건강식으로 먹을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참외 2개를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1센티미터 두께로 잘라 밀폐용기에 담는다.

 

여기에 현미 식초 1.000mL를 붓고 냉장고에 한 달 정도 넣어두면 참외 식초가 된다. 참외 식초는 참외 향은 나지만 맛은 현미 식초와 비슷해 나물을 무치거나 냉채를 할 때 음식 맛을 살리면서 은은한 향을 낸다고 한다. 나도 참외 식초를 만들어 봐야겠다.

 

이미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참외를 좋아한 줄 다 안다. 남편이나 아이들은 혹여 내가 아플 때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참외를 사온다. 지난봄. 감기몸살로 한 달여를 앓았다. 딸아이는 퇴근길에 늘 작은 참외 한 개에 기천 원씩 주고 사 날랐다. 다른 건 입맛이 없어서 먹질 못해도 참외만은 먹을 수 있었다. 나와 달리 한 자매지만 내 여동생은 참외를 못 먹는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참외 냄새가 싫다는 것이다.

 

간혹 동생 집에 갈 일이 있으면 그래도 꼭 언니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참외를 사 놓고 기다린다. 난 그런 동생이 고맙다. 참회는 고운 노란 색깔만큼이나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여름철 보양 과일 중 으뜸이라니 여름이 가기 전에 참외를 많이 먹고 나이를 되돌려봐야겠다.

 

<시니어리포터 서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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