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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수필 향기

주례도 여성시대

주례도 여성시대


최근 남성 주례를 사양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S 신문기사를 보았다. 여성에게 주례를 부탁하거나 아예 주례 없이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읽으며 몇 해 전,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식이 시작되자 여성이 주례 자리에 서 있었다. 가끔 여성이 주례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더구나 혼주의 일가는 시골에서 참석한 사람들이라서 다들 입 밖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처음 보는 광경에 귀를 쫑긋 세우고, 여성 주례사는 어떻게 하는 주례사를 하는 동안 지켜보았다. 얼굴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엄마처럼 때로는 언니, 누나처럼 남성들이 미처 알지 못한 부분까지 아주 섬세하고, 결혼생활의 이모저모를 알뜰히 간결하면서도 유쾌한 주례사가 끝나자 하객들의 천둥 같은 박수가 터졌다.

서울의 한 웨딩홀 이사로 재직 중인 현 모(50) 씨는 지난해 한 예비부부의 결혼 상담을 하다가 신부의 부탁을 받고 처음 주례를 맡았다. 처음엔 극구 사양했을 정도로 어색하고 불편했던 자리가 어느덧 50회를 넘어서 다음 주례가 55회 째라고 한다.

현 씨는 결혼식마다 다른 주례사를 하고 식 중에 양가 부모끼리 포옹을 하게 하는 등 색다른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해지면서 '여성 주례 대통령'으로 소문이 났으며, 그는 주례하고 받은 사례비를 보육원 등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예비부부들은 남성 주례가 대체로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 여성 주례를 선택한 이유는 밝고 경쾌한 여성의 목소리로 주례하는 모습을 보고 결혼식 주례도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신랑보다 신부 쪽에서 여성 주례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같은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을 먼저 해보고, 육아나 며느리 생활 선배인 여성에게 주례를 맡기는 것이 더 도움되고,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여성 주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등 최근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결혼에서도 신부의 결정권이 커졌기 때문에 주례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것 같다는 해석이란다.

여성 주례는 종교인이나 사회단체 인사들이 많이 맡는 편이다. 최근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첫 주례를 경험했으며, 한명숙 전 총리도 여성 주례로 유명하고, 고(故) 이태영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명예 이사장도 생전에 주례를 자주 봤다고 한다.

요즘은 주례 없는 결혼식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최근 많은 부부가 지루한 주례사를 사양하고, 주례 없이 양가 어른들의 축사와 성혼 선언 등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주례 없이 결혼한 신혼부부는 주례를 봐주신 분에게 명절 때마다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워 그는 주례 대신 부친에게 축사를, 장인에게 성혼 선언을 부탁했다고 한다.

여성 주례와 주례 없는 결혼식에 대한 중·노년층의 인식도 바뀌는 추세로 처음엔 여성 주례에 당황스러웠지만, 남성의 주례가 당연시되었던 우리 사회 결혼 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

그때 친구네 주례를 맡았던 강 (73) 씨와는 우연한 곳에서 다시 만나 지금은 호형호제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그는 곱고 바른 여성으로 가정을 잘 다스리고 사회에 봉사하는 참 모습은 주례사처럼 살아간다. 이젠 틀에 박힌 주례사보다 부드럽고 밝은 여성주례를 많이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주례를 맡은 남성들에게도 좋은 경쟁자로 성장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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