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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수필 향기

관람예절

관람예절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성황후를 보고자 설레는 마음으로 극립극장을 찾았다. 늘 S석이나 코너 쪽에서 보다가 무대를 바로 볼 수 있는 중앙 좌석이었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옆 관객의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에 공연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곧 벨소리는 진동으로 바꿨지만 '부르르' 떨리는 소리 역시 귀에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그는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나는 공연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아직도 기본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관람객이 종종 있어 클래식음악회나, 미술 전시회, 골프장 등에서 상식 이하의 관람 태도는 다른 관객은 물론 공연자나 선수들에게도 피해를 끼친다고 하니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공연장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볼 때다. 악장(樂章)간에는 박수를 치지 않고 곡이 완전히 끝날 때 박수를 치는 것이 관람 예절이다. 그런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치는 박수 때문에 무대 위의 공연자나 다른 관람객들이 황당해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행사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공연은 잘 마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악장이 끝나고 다음 악장이 시작되는 사이에 관객 들이 박수를 치는 공연이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악장 사이에 자리를 비우는 관객이들이 많으며 연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연주자의 고충 또한 크다.

또 일명 '안다 박수'로 연주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치고 일어나는 관객 때문에 공연의 여운 (餘韻)을 느끼지 못해 아쉬울 때가 더러 있으며, 공연 중에 자리를 찾아 달라 하고, 음식물 반입금지란 표지가 있는데도 몰래 냄새를 풍기며 먹는 소리는 왜 그리 크게 들리는지.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공연 내내 행사도우미 들은 긴장을 풀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관람 예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유를 한 관계자는 클래식이나 오페라 공연 관람객 숫자가 적어 관람 예절을 모른 채 공연장에 가는 사람들이 많고, 공연장 분위기를 해치는 요인 중 하나가 초대권 남발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공연 관객의 40%가 초대권을 이용한 관람객이었으며 티켓이 공연을 후원하는 기업의 선물로 활용되면서 공연 볼 준비가 안 된 관객들이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그래서 외국에서는 초대권을 통해 공연장을 채우는 것은 공연을 방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초대권 남발은 거의 없다고 한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는 재임 동안 단 한 차례도 초대권을 받지 않고 직접 줄을 서서 구입한 티켓으로 공연을 관람한 사례는 유명하다.

예술의 전당 신년 음악회에 C시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우리주위에는 교회에서 단체로 관람 온 초중고 학생들이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공연이 내내 소란스럽다. 나는 쉿! 손가락을 입에 세우길 수 차례. 결국 옆 좌석 초로기의 관객은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옮긴다.

오페라 평론가 P씨는 클레식이나 오폐라를 보려면 미리 관련 음악도 듣고 책도 보면서 열심히 들을 준비를 하고 오는 것이 매너이고 초대권을 받고 오는 사람들도 사전에 이런 준비를 하고 왔으며 더 할 나위 없는 공연장이 될 것라는 말에 동감한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학숙제를 하려고 사전 지식없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 공연 도중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공연장의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빈번하여, 그래서 힘들게 준비한 공연자들의 푸념 섞인 고충도 모른 체 외면 할 일도 아닌것 같다.

얼마 전 열린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 모인 골프대회에서 유명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천명이 넘은 갤러리들이 모여들었다. 경기 도중 퍼팅을 하려던 선수를 갤러리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진 B 선수는 몇 차례 원망 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사진 촬영은 계속됐다. 경기 도중에 들린 휴대전화 벨소리도 내년에는 진동으로 해 달라는 가시 있는 농담을 던졌다고 하는 일화도 있다. 또 그 곳의 규정을 어기고 구두와 하이힐을 신고 들어간 관객이 적지 않았다. 외국의 경우, 골프대회가 열리면 휴대전화나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며 입장권을 회수해 버린다.

언젠가 세계적인 화가의 미술 전람회장에서 촬영금지라는 것을 깜박 잊고, 지면으로만 볼 수 있었던 작품을 찍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행사도우미가 달려와 주의를 주며 그 부분을 삭제하도록 지켜보는 과정에서 주위 관람객의 따가운 시선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에 끝까지 보지 못하고 전람회장을 빠져 나왔다. 그 때 얼마나 챙피하고 민망했던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 후 공공 장소에서는 휴대전화는 끄거나 진동으로 전환시키고 사진도 함부로 찍는 것을 자제 한다.

유럽에는 청소년 극장이나 오케스트라를 따로 두고 그들에게 공연 문화 교육을 다른 교육의 하나로 여기고 , 인솔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면서 직접 관람 예절을 가르친다. 어떤 공연장에서도 막이 오르기 직전, 대형 스크린에 관람 예절에 대한 자막이 나온다. 특히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며 억지로 공연장을 찾게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것을 본받아 앞으로 청소년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쉽게 공연을 접 할 수있도록 문화 교육장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기대 해 본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리도 선진국으로 손색 없는 관람 예절 문화의 꽃 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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