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장마처럼 내리던 비가 새벽이 되자 개었다.
아침 설거지를 하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뭐한가?"
"설거지해요. 왜 무슨 일 있어요?"
물었더니 잠시 망서리던 남편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비온 뒤라 마늘이 잘 캐지네. 나랑 둘이 캐 볼까?"
나는 지금? 할거냐고 묻고, 얼른 알았다고 했다. 하던 설거지를 빨리 마치고 일복을 찾았다. 오랫동안 농삿일을 하지 않아서인지 마땅한 일복이 없었다. 조금 헐렁한 청바지와 면 난방을 입고 군내 버스를 타고 농장으로 갔다.
남편은 끝이 보이지 않은 밭에서 혼자 마늘을 캐고 있었다. 남편이 호미와 일하면서 엉덩이에 받치는 둥근 간이 의자를 챙겨 주었다.
비가 와서인지 마늘은 워낙 씨알이 굵어서인지 팔과 어께에 힘을 주어야 했다. 시간이 ㅈ날 수록 햇볕은 강해졌다. 거기다 비온 뒤라 땅이 마르면서 올라오는 땅짐?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불가마에 있는 것보다 더 얼굴이 화끈거리고 온몸에서는 비오듯이 땀이 흘었다.
얼마 후 언니가 왔다. 언니는 나보다 체구도 작은데 묵묵히 더위와 맞서서 마늘을 캤다. 나는 호미를 놓은지 15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인지 몸이 뒤틀리고 머리에 내리쬐는 때악볕을 이여내지 못했다. 수시로 찬물을 가지러 들락거리고 그늘을 찾았다. 보다못한 남편이 한 소리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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