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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수필 향기

며느리밥풀 꽃의 슬픈 전설

 

 

 

 

 

 

 

장충단 공원에서 진분홍 꽃등을 단 금낭화를 만났다. 그 곁을 지나는 사람마다 “참 색깔이 곱다.”라며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또한 그들은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로 금낭화의 그 고운 자태를 담아서 지인들에게 전송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함께 한 P 동화작가도 어쩌면 저렇게 고운 색을 낼 수 있을까,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들먹이면 좋아했다. 예전에는 보기 힘든 꽃이었는데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금낭화에도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착한 아들과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항상 귀여워했으며 아들 또한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의 명령에는 반드시 복종하였다.

 

어느덧 아들이 커서 장가를 가게 되었고, 한 처녀가 이 집의 며느리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 며느리도 또한 효성이 어찌나 지극하였던지 아들보다 더한 것이었다.

 

신방을 꾸민지 며칠 만에 신랑은 산 너머 마을로 머슴살이를 떠나게 되어 집에는 착한 며느리와 시어머니만 살게 되었다. 그런데 아들을 먼 곳으로 머슴살이를 보낸 뒤부터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학대하기 시작하였다

 

며느리가 빨래터에 가서 빨래해 오면 그동안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느냐고 다그치고, 깨끗이 빨아 온 빨래를 더럽다고 마당에다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아 버리면서 며느리를 구박하였다. 그러나 착한 며느리는 한마디의 군소리도 하지 않고, 시어머니가 호통을 치면 치는 대로 용서를 빌고 다시 또 열심히 일하였다

 

멀리서 머슴살이를 한 아들은 이런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가을까지 열심히 일 한 뒤 품삯을 받아 어머니와 색시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손꼽으며 그날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여전히 며느리를 학대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쫓아낼 구실을 만들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솥에 넣고 불을 지폈다. 그리고 밥이 다 되어 갈 무렵에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 몇 개를 입에 물어 씹어 보았다. 방에 있던 시어머니는 솥뚜껑 소리를 듣고, 이때다 싶어 몽둥이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는 어른이 먹기도 전에 먼저 밥을 먹느냐며 다짜고짜 며느리를 마구 때리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물은 채 급기야 쓰러지고 말았다. 불을 때서 밥을 짓던 시절에는 솥에서 가끔 밥알을 꺼내어 씹어 보는 일이 예사였음에도 시어머니가 공연히 생트집을 잡은 것이었다. 며느리는 며칠 동안 앓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들은 단숨에 달려와 통곡하고 색시를 불쌍히 여겨 마을 앞 솔밭이 우거진 길가에 고이 묻어 주었다. 얼마 후, 이 며느리의 무덤가에서는 이름 모를 풀들이 많이 자라났는데 여름이 되자 하얀 밥알을 입에 물고 있는 듯 한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착한 며느리가 밥알을 씹어 보다 죽었기 때문에 넋이 한이 되어 무덤가에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 여겼다. 꽃도 며느리의 입술처럼 붉은 데다 하얀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므로 이때부터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전설이라고 하지만, 요즘 같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며느리 입술과 같다는 꽃의 붉은색이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유행한 립스틱 색인 진한 분홍빛이다. 시어머니의 구박으로 숨진 슬픈 전설로 피어난 며느리밥풀꽃이 지금은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그 고운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꽃이 되었다.

 

예전보다 요즘은 고부간의 갈등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또 다른 갈등으로 이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 일명 시 월드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우주첨단 시대가 열려다 한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언제 쯤 해소될지 영원한 숙제이다.

나도 머지않아 시어머니가 될 것인데 어떻게 며느리와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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