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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수필 향기

고사리를 말리며

고사리를 말리며


고향에서 엄마를 모시고 사는 언니가, 올봄 들어서 벌써 세 번째 고사리를 부쳐왔다. 갈수록 살이 오른 고사리는 건강한 아가 손처럼 탐스럽다. 남녘이라서 이곳 서울에서는 겨울을 느낄 즈음 고향에서는 고사리가 움트고 나왔다.

말린 고사리 나물도 좋아하지만, 나는 생선찌개에 넣어 끊인 생고사리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언니는 매년 잊지 않고 고사리를 꺾어서 내게 보낸다. 요즘 쉽게 살 수 없는 우리나라 고사리를 늘 받아서 먹으니 나는 좋다. 하지만 언니는 나무가 우거져 제대로 길도 없는 산을 헤매며 채취한 고사리이니 무엇보다 귀물(貴物)이다.

생고사리가 오면 찌개에 넣어 먹을 고사리는 푹 무르지 않게 살짝 삶아서 씻은 후,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보관 해 둔다. 이렇게 보관해 두고 조기나 고등어 등 무를 대신하여 고사리를 밑에 깔고 해먹는다. 고사리는 우리에게 친근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비빔밥에는 고사리가 있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명절차례 상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리는 게 고사리 아닌가. 그리고 육개장, 추어탕 등 각종 탕에도 많이 쓰인다. 예로부터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고기라며 귀한 산나물로 대접받아왔다. 실제 고사리의 특유 냄새가 생선 비린내처럼 많이 난다.
고사리는 그 효능도 참 많다. 황달, 설사, 이뇨, 부종, 지혈 등과 해열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또한, 고사리는 석회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치아나, 뼈를 튼튼하게 한다. 민간요법으로 피부 가려움증에는 고사리를 태운 가루와 마늘 즙을 섞어서 가려운 곳에 붙이며 효험이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고사리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으니 꼭 삶아서 말린 다음, 물에 불린 후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유년 시절, 봄이면 비가 온 후에는 엄마를 쫓아서 뒷산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다녔다. 함께 한 이웃 아주머니들 앞질러 다니다가 혼나던 일, 옆집 언니보다 적은 양의 고사리에 속상해 울었던 일 등 햇볕 좋은 옥상에서 삶은 고사리를 널면서 그 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요즘 시장에서 파는 고사리는 중국산이 아니면 북한산이다. 우리나라 자연산은 직접 채취를 하지 않으며 믿기 어렵다고들 한다. 고사리가 나는 제철이 되어도 이제 시골에서도 고령화가 되어 노인들이 산에서 고사리를 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봄이면 외지 사람들이 고사리를 채취하려고 타고 온 차들을 마을 사람들이 진입을 막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물기가 서서히 말라가는 고사리에서 풍기는 향기가 꼭 고향향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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