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올라온 동생과 모처럼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했다. 도시의 찜질방을 배경으로 우리 이웃들의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그려낸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5월 24일(금)부터 무대에 올랐다.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일상을 나누는 자매 같은 사람들, 오가다 만났지만, 표정만으로도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중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회사와 가족, 자식, 남편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토막이야기를 통해 지루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바탕 수다로 날려 보내 주었다.
자식들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말복, 부인에게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인 것 같은 영호, 허리가 휘게 손자를 보고도 큰소리한 번 못 내는 영자, 쉼 없는 자기자랑에 입이 마른 춘자, 사춘기 아들과 전쟁 중인 갱년기 오목이까지 재치 있는 배우들이 풀어내는 익숙한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배우들은 4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로 구성됐었다. 특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 방자 역할로 여전한 웃음을 선사한 김성기, 어느덧 연극배우라는 호칭이 익숙한 호빵 김진수,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에서 신명 나는‘방자 천자’를 불러 뚜렷한 인상을 남긴 김재만 등이 연기력과 갖자 개성 등으로 두 박자를 두루 갖춘 배우들의 재미있는 말투와 동작으로 큰 웃음을 자아냈다.
젊은 남편은 남편대로 집에서 중학교 3학년 딸에게 밀리고, 가족을 위해 평생직장 생활하다 퇴직한 남편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는 대목에서는 웃음보다는 서글픔이 앞섰다.
물론 세상의 모든 남편이 그런 대접을 받고 살지 않지만, 일부에서 떠도는 말에 의하며 세끼 집에서 꼬박꼬박 밥 먹는 남편을 두고 삼 식(三食)이라고 부른다. 우리 집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요즘 남편들이 기가 꺾이는 일이 어디 그뿐이랴.
또한, 아내들의 일상은 어떤가. 낳아 키우고, 허리가 휘도록 공부시킬 때 학원부터 시작해서 과외, 유학, 결혼시키며 끝난 줄 알았던 자식이 손자를 낳으며 맞벌이하는 아들 며느리, 딸을 위해 손자 손녀를 돌보아야 한다.
잘난 자식은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고, 명절에도 통장으로 몇 푼 보내고 외국 여행 떠나는 자식들. 젊은 엄마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휴대전화기에 빠져서 공부는 뒷전이고, 늘 사고를 쳐서 학교에 불려 다니기 일쑤다. 늘 남편 자랑이 늘어진 춘자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숨기다 나중에 이혼한다.
동네 찜질방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웃음으로 넘기기보다 마음 애잔한 이야기였다.
한편 꽃보다 아름다운 중년들의 이야기, 가슴 찡한 우리 사는 이야기를 전할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5월 24일(금)부터 6월 16일(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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