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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서다/시니어 삶

노인 자서전 쓰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노인 자서전 쓰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 인간에게는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개인의 삶을 정리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과거 회고를 중심으로 자신의 생애에서 중요한 목표와 나이와 시간에 따라 맺어진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왔는지를 자서전을 통하여 일생을 알 수 있는 한 개인의 사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서전을 집필하면서 나름대로 과거 회고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기 위한 길잡이가 된다. 자서전은 생애에서 중요한 목표, 자아개념, 인생에서 큰 의미를 주었던 요인들과 삶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혜를 묘사하며, 저자의 직업, 가정생활, 사회적 역할, 그리고 생존에 관련된 삶의 다양한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를 알려준다.

 

자서전에서는 매우 개인적이고 독특한 삶의 유형들이나 그 개인의 특별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적응 방법과 전략,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표현들을 유전과 같은 타고난 것들의 영향도 받기도 하지만 사회적, 환경적 영향도 받게 된다. 각자 삶의 이야기가 특별하다고 할지라도 이야기 속에서는 공통점이 있기 마련, 이러한 공통점을 통해서 일반화가 가능해진다.


사람들의 인생의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에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일반화할 수 있다. 또 자전적 경험 속에는 사회적인 공통분모와 문화적인 생활양식, 독특한 사고의 패턴이 들어 있다. 따라서 개인의 삶은 귀중한 역사적, 문화적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문화적, 시대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서전이 갖는 사회적 의의는 개인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수준에 기초를 둔 자료를 제공한다. 그가 살아온 사회의 역사적 시기에 관한 대략의 윤곽을 제공하며 전쟁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문화적 대변화,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특정 시대의 법적인 규율이나 관습, 사회의 기대나 금기 등 도덕적 불문율을 포함한다.


또한, 그 세대의 문화적 조건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다. 한 개인의 삶의 일면들을 주워담는 일은 노년의 행복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 그것들이 글로 남겨질 때 가족을 위한 중요한 유산이 될 수 있다. 자서전은 노년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생애 갈림길에서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삶을 자각하는 것은 노화과정을 탐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령 사회에서의 사회정책이나 복지의 실천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실질적인 중요성이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는 추억에 민감하다. 특히 노인들은 과거를 즐거운 마음으로 회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들은 희망으로 살기보다는 차라리 추억으로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면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것으로 정신치료 효과가 있다. 인생회고란 단순히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수용함으로써 자아 통합감, 마음의 평정, 허심탄회함, 초월감, 지혜 등을 얻을 수 있으며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다.


특히 노년에 자서전이 갖는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노년에 줄어들기 쉬운 개인적인 효능감과 존재감을 증가시켜주고 과거와의 화해이자 불만과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자서전은 자신이 주로 사용했던 적응전략을 인식하고 그것을 현재의 문제 해결에 다시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다 똑같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를 막상 쓰려고 하면 평범한 신변잡기의 글이 될까 봐 고민하는 노인들을 더러 보았다. 개인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는 60, 혹은 70 내지 요즘 수명이 연장되어 80, 90에도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보따리를 풀어놓은 노인들이 늘어간다.


난 요즘 70대 중반의 의학박사이신 K의 자서전 준비를 돕고 있다. 몇십 년을 병원 안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 치료하고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환자들의 이야기를 신명 나게 들려주면서 자신의 삶을 글로 막상 옮기려고 하니 지나간 과거의 삶이 어떻게 그려져 자서전이 잘 마무리 할지 사뭇 걱정이 많으시다.


유년시절 부모님 슬하에서 자란 이야기를 들려줄 때에는 얼굴에 빨간 홍조를 띄우며 많이 행복해하는 K 박사를 보면서 노년에도 과거를 회상하면 즐거워하니 자서전을 갖고 싶어 하는 의미를 반추해 보았다.

 

<시니어리포터 서동애>